윗밭에 있는 잡초를 뽑기도 하고 예초기로 자르기도 하며
밭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요즘의 일과다.
배수로 양편에는 손대기가 여간 어렵다.
온갖 잡초가 배수로를 따라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키가 큰 돼지풀이나 엉겅퀴와 개망초, 환삼덩쿨 등은 밭 주변에 그늘을 만들기도 하고
농작물이 있는 영역까지 침범하여 작물에 해를 준다.
만약 이런 잡초 대신 다른 식물이 자리를 잡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문득 잡초 사이에 붓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 왔다.
그렇지, 붓꽃이 군락으로 자리를 잡으면 보기도 좋고 다른 잡초를 이기지 않을까?!
아름다운 꽃들로 화단을 메운 것처럼 배수로 둑을 따라 꽃들이 한데 모이면 오죽 좋겠나!
특히 붓꽃은 수변 식물로 적합하다.
붓꽃을 조심스럽게 다루며 주변의 잡초를 뽑아 붓꽃의 지경을 넓혀 주었다.
언제 붓꽃들이 배수로 양 쪽을 가득 메울지 기약은 없다.
세월이 가면서 끊임없이 관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붓꽃이 줄지어 배수로 양쪽을 가득 메우기를 꿈꾼다.
성경에는 선지자 엘리아가 손바닥 만한 구름 한조각을 보고
비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장면이 나온다.
작은 구름 한 조각에 믿음을 가진 것처럼 우리 밭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믿는다.
배수로를 따라 잡초를 뽑다보니 또 돌미나리도 눈에 띈다.
돌미나리는 종종 안식구가 가까운 배수로 근처에서 손쉽게 뜯곤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배수로 주변에 제법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그간 별 생각없이 예초기로 깎아 버린 곳인데 내내 그럴 일이 아닌 듯싶다.
붓꽃과 함께 돌미나리도 자생할 환경을 만들어 주면 유용한 먹거리가 될 것이다.
붓꽃과 어울려 보기도 좋고 먹거리로도 좋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경사지에 원추리나 달맞이꽃, 머우 등으로
잡초를 대체하는 방법을 배수로 양쪽에도 적용하는 셈이다.
붓꽃 하나가 주는 희망의 단초를 붙잡고 멋진 그림을 머리에 상상하다 보니
돌미나리까지 귀한 대접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조그만 씨앗 하나가 무성한 나무로 성장하듯
보잘 것없는 조그만 붓꽃 하나가 배수로 양 쪽을 아름답게 장식할 날이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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