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1시 반에 울린 전화벨로 화들짝 놀라 깨어 수화기를 들으니
토종벌 전문가인 동두천 권사장 목소리가 숨가쁘다.
야간을 이용하여 분양벌을 가지고 집으로 향하고 있으니 준비하란다.
전라도에서 분양한 토종벌을 자기 농장에도 안치시키고 이어서 우리 몫을 이동시키려는 것이다.
여러번 다짐하고 시작한 토종벌 키우기련만 왠지 걱정과 겁부터 난다.
3시경에야 도착하여 전에 봐 두었던 양지 바르고 아늑한 창 밑으로 나란히 앉혔다.
늦은 밤이라 추위도 여전하여 거실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주의사항을 들었다.
날이 밝으면 우선 가운데 것부터 조금 만 열어놓고 막아놓은 입구를
차례로 열어 주라는 당부로 부터 교육이 시작되었다.
한꺼번에 문을 열다보면 토봉이들이 다른 집에 들어가 싸울 수도 있단다.
만약 엉겨붙어 뒹구는 녀석들이 생기면 소주에 물을 타서 스프레이로 뿜어 주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10시 경에 가운데 집 문부터 끼웠던 종이 조각을 빼주고
오후 2시경에는 왼쪽, 4시경에는 나머지 오른 쪽도 활짝 열어 주었다.
다행히 싸우는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후에 큰 아들이 손주 녀석을 데리고 방문하여 첫 상견례를 하였다.
손주녀석이 아주 신기해 한다.
벌써 다리에 노란 화분을 달고 들어 오는 녀석들이 눈에 띈다.
아직 주변에는 꽃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에서 달고 오는지 모르겠다.
마당에 여기 저기 핀 민들레에도 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니 아주 맹탕은 아닌 듯하다.
움직이지 않는 식물만 농사를 짓다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보니
역시 생동감이 생기는 것같다.
토봉이는 꿀을 선물할 뿐 아니라 작물의 수분을 매개하는 농사 도우미이다.
녀석들을 잘 키워내야 하는 책임감에 벌써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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