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퇴비 구입에 얽힌 에피소드

예농 2009. 3. 5. 20:12

 

 

 이사오던 첫 해 농협 회원을 통해 구입한 퇴비가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100포를 3년 간 나누어 썼으니 어지간히 아껴 쓴 셈이다.

 

그래서 금년에도 100포는 사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차

아랫 집에서 아주 싼 퇴비가 나왔다고 사 보라는 전갈이 왔다.

개인 사업자가 한 포에 1,100원에 판다는 것이다.

3년 전 내가 살 때만 해도 정부 지원 분을 빼고 자부담만 한 포에 1,700원 있으니

확실히 싼 것만은 틀림없었다.

 

더구나 반장도 샀다고 하여 확인 차 전화를 했더니 품질을 확인했는데

약간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덜 부숙된 것도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내년까지 보관하면서 사용할 것이니 싼 맛에 나도 신청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주문이 밀려 며칠 기다려야 한단다.

그러던 차에 이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금년에 얼마나 퇴비를 구입하려는지 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값을 알아보니 자부담이 포당 1,000원 내외가 될 것이란다.

그렇다면 굳이 사제 퇴비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즉시 개인 사업자에 연락하여 주문을 취소했었다.

 

그런데 동네에 10여년 전 정착하신 영감님 한 분이 주문 수량이 적다(10포)고

내가 그 업자에게 주문할 때 얹혀 주문해달라고 부탁을 했었으니

그 분 역시 나의 주문처가 바뀌면서 내 처분만 기다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장을 통해 통보를 받은 것이 며칠 전이다.

당초 100포가 필요하면 200포를 신청해야 된다기에 200포를 신청했더니

역시 절반 정도가 배정될 예정이란다.

값도  정부 보조가 많아 자부담은 포당 700원으로 책정되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정보를 들으신 동네 영감님이 내게 10포로는 적으니 20포를 줄 수는 없겠느냔다.

나는 이미 배정이 끝났으니 아마 어려울 것이라고 완곡하게 거절을 했다.

 

또한 이장의 말을 빌면 한 차가 않될 경우 물량을 마을회관에 내려 놓고

각자가 알아서 운반해야 할 것이라 하여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그 영감님께 드리기로 한 10포는 누가 운반을 해결해야 할런지도 고민이었다.

8순을 넘기신 영감님에게 혼자 알아서 가져가시라고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일,

최소한 상차 정도는 내가 도와야 할 것이니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그런데 싸게 먹힌다고 10포를 더 달라시니 참 염치도 없다고 내심 불만이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오늘 퇴비가 들어 온다는 연락이 왔다.

더구나 집에까지 배달해준다니 우선 안심이 되었다.

문제는 배달 양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양이 아니었던 것이다.

100포로 알았는데 300포라는 것이다.

어째서 300이라는 숫자가 느닷없이 나타났는지 알 수 없지만

상대방이 분명히 문서상으로 배정된 숫자가 그렇다는데야 도리가 없었다.

내심 이게 어디에서 비롯된 착오인지는 몰라도 횡재라고 인정해야 할 밖에...!

덕분에 그 영감님에게도 10포를 더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하차를 하고 나니 점심 때인지라 기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동네 영감님 댁에 보낼 20포도 가는 길에 배달해주기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락을 했다.

이렇게 오늘은 만사형통한 하루였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려 하우스 안에서 오후 내내 이엉을 엮으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의문이 영 가시지 않았다.

참 세상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전화위복인지 새옹지마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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