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의 공격으로 잎이 숭숭 구멍난 것을 봅니다.
비록 벌레들이 먹어 치운 부분이 보기 흉하지만 속이 차기 시작하니
새 잎들은 깔끔한 모습으로 안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배추는 워낙 벌레들의 공격이 집요하여
속마져도 상당 부분 상채기가 났습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벌레들을 제거하면 시간을 벌 수 있으니
속살이 새로 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 녀석은 도대체 왜 자라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른 녀석들처럼 벌레에 크게 시달리지도 않는데
혼자만 성장이 멈춘 것처럼 자그마합니다.
과연 김장 때까지 얼마나 커줄런지 원~!
우리 배추밭의 대표 미인입니다.
마치 장미꽃 같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나 벌레들도 덤비지 않습니다.
이랑 제일 가장자리 모서리에 심어서
다른 녀석들보다 공간이 넓은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눈만 뜨면 배추밭으로 달려가는 것이 일과의 시작입니다.
농약 한번 주지 않고 배추를 길러 보겠다는
야심찬 왕초보 농군의 결심이지요.
병충해에 대한 대항력을 키운답시고
수삼을 먹고 버리는 머리부분을 믹서에 갈아
티수푼으로 하나씩 포기마다 떠 넣어 주었지요.
그래도 딱정벌레 비슷한 새까만 녀석들이 겁도 없이 달라들어
이번에는 은행잎을 하나씩 물려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매운 고추와 파, 마늘을 다듬고 난 짜투리들과
삼백초, 오미자, 포도 찌꺼기에 쌀뜨물을 넣어 미생물을 키운 다음
목초액과 담배꽁초 우린 물까지 희석하여
일주일에 한번은 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까만 녀석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나방 애벌레인 파란 배추벌레가 드디어 등장을 합니다.
농약을 주어야 한다고 동네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충고를 하지만
아침이면 죽치고 앉아서 내 손으로 벌레사냥을 하기로 작정했지요.
누가 이기나 한번 붙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200포기에서 잡은 벌레가 300마리는 되지 싶더군요.
다음날에도 여전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끈질기게 벌레사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오늘은 아마 10여마리에 그친 것같습니다.
배추벌레를 잡으며 나는 배추와 대화를 합니다.
"배추야, 네 원수는 내가 갚을테니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배추는 내 격려에 보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요즘 속을 야무지게 싸안고 충실히 속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배추벌레를 수없이 사형집행하면서
나름대로 배추벌레 찾아내는 방법도 터득했지요.
배설물의 색깔로 존재유무를 파악하고는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있는 배추벌레를 놀래켜서
스스로 노출되게 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추적하여 사정없이 사형집행을 했으니
나방 녀석들도 생각이 있다면 아무데나 애벌레를 낳아서는 않될텐데....!
배추밭에 가면 많은 곤충과 벌레들을 만납니다.
메뚜기란 녀석은 배추벌레가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아예 잎을 통째로 갉아 먹습니다.
그런데 사마귀란 녀석은 같은 곤충인데 까만 배추 해충을 잡아 먹더군요.
거미도 작은 나방들이 걸려들도록 거미줄을 치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청개구리 녀석들은 왜 배추밭에서 얼쩡거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녀석도 해충을 잡아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
쫒아내지 않습니다.
배추벌레도 이름은 모르나 여러 종류가 다녀갔습니다.
요즘은 파랑녀석들만 오는게 아니라
검은 녀석들이나 짙은 황색의 송충이 모습을 한 녀석들도
간혹 눈에 띕니다.
내년에는 모종하고 나서 모기장을 둘러 씌우려고 합니다.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이렇게 공을 들여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얻어 먹으려고 하는 것같아 불쾌합니다.
그래도 나누어 먹으려고 농사를 지었으니
수고했다는 말한마디에 고생한 기억은 까마득히 잊을 것입니다.
어제는 시험삼아 두포기를 뽑아 미리 김치를 담아 보았답니다.
안식구의 감정 결과는 매우 양호하다니
금년 김장은 실패할 것같지 않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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