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온 대지를 덮은 모습으로
계사년 첫 날을 맞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혹시나 올까 봐 어제는 하루 종일
집으로 올라 오는 길목을 쓸어 냈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으로 오는 골목 길만 치운다고
안심할 수 없는 눈 길이었습니다.
안식구는 결국 두 며느리들에게
무리해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새해 첫날을 우리 부부만 보내는 것이
쓸쓸해 보이겠지만,
궁벽진 골짜기에서 전원 생활을 하려면
당연히 치뤄야 할 댓가입니다.
폭설에 묶여도,
수줍은 처녀마냥 순결해 보이는 하얀 눈이
보기에 그리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오히려 하얀 눈 때문에 더 포근하게
눈에 들어 옵니다.
금년 한 해도 하얀 눈처럼
풍요롭고 넉넉한 결실을 맺게 되길 소원합니다.
앙상한 가지에 솜사탕처럼 얹힌 눈꽃만큼이나
포근한 사랑이 주렁주렁 매달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