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축분퇴비의 위험성 및 처리방법, 유기비료의 지속불가능성
1. 축분퇴비의 위험성 및 처리방법
1.1 축분퇴비의 위험성
미완숙 퇴비를 투입할 경우 질소가 과잉 될 위험이 있다. 비록 이것이 완숙퇴비라 할지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남는다.
염류장해 : 축분에는 다량의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 소량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축분 시비로 토양 내 염분함량이 축적되어 잔류염소로 인한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
약독 : 가축사육기간 동안 투여하는 각종의 항생제는 가축 분뇨를 통해 배설된다. 지속적인 다량의 항생제 투여로 인해 내성균이 점차 증식하게 되고 이는 고기나 농산물 형태로 인간에게 전해진다. 내성균으로 인한 원내감염의 일종인 MRSA로 인해 연간 2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또한 동물 체내에 들어간 각종 약제는 체내에서 복합적 반응을 일으켜 발암성물질을 형성할 수도 있다.
잡초종자 : 퇴비 발효 시 고온상태에서 발효되면 사료 내 잡초종자는 사멸하지만 발효온도가 낮은 경우에는 잡초 종자가 산 상태로 남아있다가 토양에 안착하면서 다시 번식하게 된다. 가축사료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사료 내 잔존하던 외국의 잡초종자가 축분을 통해 국내 자연생태계로 유입되면서 무질서하게 번식해나갈 위험성이 있다.
1.2 축분퇴비 처리방법
우선 일본에서 대규모 축산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자체에 문제제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브라질, 호주, 미국 등 세계 대표적인 축산 국가에는 광대한 목초지가 있어 소 한마리의 사육을 위해 약 1헥타르의 목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분한 목초지가 확보된다면 축산분뇨처리문제는 미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소들은 평생 작은 축사 속에서 길러진다. 소 한 마리당 평균 0.5평 정도의 면적에서 자라난다. 충분히 운동을 하지도 못한 채 사료를 대량으로 섭취하게 되어 비만이 되는 일도 당연한 사태다. 사육환경은 열악하고 운동량은 부족한 상태에서 가축들 다리까지 쌓이는 분뇨 사이에서 대량의 항생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일지 모른다. 최근 발효미생물을 활용한 축사 환경 정화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좁은 축사에서 이뤄지는 생육은 본래 모습은 아니다. 이러한 축산 실태는 일본 홋카이도 등지에서 나지 않는 파인애플을 온실재배하려고 하는 모습과 같다. 광대한 방목지가 있는 홋카이도나 아소 등지는 예외이지만, 대부분의 일본지역 축산업은 규모를 줄여야 한다.
축산업 과잉으로 초래된 과다한 분뇨들을 농지에서 처리하겠다는 발상이 제악의 근원이다. 축산업 규모를 줄인다면 적정규모의 축산분뇨를 처리할 기술은 이미 확립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 매스 개발이다. 축산분뇨를 발효시켜 거기서 메탄가스 등을 생산,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발효시킨 분뇨의 찌꺼기는 고형 연료화하여 최종 처리할 수 있다.
2. 유기비료의 지속불가능성
현재 일본 유기농법의 기준은 유기JAS(Japanese Agricultural Standard)이다. 이것은 농림수산성의 관할 하에서 농업 생산 및 가공품의 “유기농산물” 표시에 대해 국가에서 독자적으로 정한 인증 기준으로, 신청자가 국가에서 인가 받은 제3의 인증기관에 검사를 받아 발급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이것이 “무농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기JAS법에서 인정되는 농약이 많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천연광물이나 식물 추출물 또는 저항성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농약이다. 이것들은 인체나 자연환경에 전혀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천적 곤충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적곤충들 상당수가 일본 내에서 발견된 것이기 보다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일본 환경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오히려 새로 도입된 외래종으로써 일본 자연 환경 내 재래종들을 위협, 자연생태계 질서를 교란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2.1 종의 거름독 현상
앞서 유기비료라 하더라도 해, 즉 “거름독”이 있다고 했지만, 독의 제거 측면에서 보자면 독에도 종류와 특성이 있다. 거름독의 경우 화학비료로 인한 독과 유기비료로 인한 독은 서로 다르다.
화학비료는 직접 식물뿌리에 흡수될 수 있는 상태의 요소가 많아 분해와 용출이 유동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며 1개소에 쉽게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기비료는 직접 식물뿌리에 흡수되는 양이 적고 분해와 용출이 늦다. 그리고 흙 속에 산재하는 부식과정과 만나면 함께 결합하여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독 성분이 굳어져 있는 화학비료의 경우 거름독 층을 발견하기 쉽지만 유기 비료의 경우에는 독성분이 굳어지지 않은 채 산재해 있어 언뜻 보기에는 부드럽고 좋은 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화학비료이든 유기비료이든 비료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는 성장력을 가질 수 없다면 이는 ‘비료 중독’현상이라 할 만하다. 또한 비료의 힘에 의지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대량의 비료나 퇴비를 계속 넣어 잔존 비료 과다 혹은 잔존 유기물 과다 상태가 된 경우 흙의 기능은 포화상태가 되어 시비의 효과 자체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계속해서 시비의 양을 늘려야 한다.
유기 비료 중 질소 비료는 원래 상태가 유기질이지만 식물에 흡수되는 것은 무기질 상태이다. 무기질 상태가 되기 위해 각종 미생물이 활동을 하게 되고 이 과정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당해 시비한 비료는 대체로 당해 경작한 작물에 거의 흡수, 이용되지만, 시비가 과다하면 가을 이후 남은 비료성분은 지하수로 유입되거나 흙에 잔류해 있다가 다음 해 작물에 흡수된다. 유기농사에서 처음 1년 째 농사보다 2년 째가 성적이 좋고, 3년 째 정도에는 일반 관행농법과 생산량이 비슷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즉, 토양내 유기 비료의 축적으로 흡수가능한 상태의 질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모작을 가정하고 유기 비료 흡수율이 투입양의 40%라고 계산하면, 1년째 투입한 비료중 흡수되지 못한 60%의 비료 성분이 토양 내 축적되어 있다가 다음해 시비량과 함께 작물 내로 흡수되고, 그 이듬해에도 같은 메커니즘이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첫해에는 작물이 흡수가능한 비료분이 40%였으나 이듬해에는 64%, 그 이듬해에는 78% 수준으로 올라가 5년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는 흡수 가능한 비료성분이 관행 농법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2.2 수입 의존적 유기비료
현재 일본의 식량자급율은 약 40%라고 한다. 혹자는 “식량 자급율을 올리기 위해 생산성이 낮은 유기농업보다 근대식 관행농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학비료, 농약 원료는 수입자재이다. 화학비료의 경우 2000년 일본 내 내수는 약 145만톤이었다. 반면 국내 화학비료 생산량은 73만톤, 수입량은 85만톤으로 수입량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농기계를 작동시키는 연료도 물론 수입하고 있다 1997년 에너지 자급율은 22%였고 이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석유의 수입의존도가 100%에 이를 것이다.

일본에서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멈추는 것은 자동차가 서고, 전기가 나가는 일상적 불편으로 당장 문제가 되지만, 농산물의 경우에는 “수입농산물이 없어도 나머지 40% 국내산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수입이 멈추면 근대적 관행농법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유기농업은 괜찮을까? 아니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유기비료 또한 수입품이다. 가축분뇨의 경우 가축의 먹이가 되는 사료가 수입산이고(사료자급율은 약 7할에 머물고 있음) 유기비료의 대표적 원료인 깻묵도 대부부인 수입산이다. 1998년 일본의 깻묵 생산실적을 보면 국산은 252,195톤이지만 수입은 1,203,421톤으로 수입산이 훨씬 많다. 또한 이 중에서 국산은 원료 대부분(99%)이 쌀겨이므로 나물 씨앗껍질의 경우만 본다면 국내산은 2.3%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수입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유기농법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유기비료 원료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기에 대한 대답은 불투명하다. 쌀겨의 경우에는 아직 99% 국산으로 자급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기농법이 성행하여 쌀겨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게 된다면 앞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실제 최근 들어 쌀겨의 제초 효과 등이 부각되면서 쌀겨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량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유기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유기비료의 과잉 시비를 피하는 일, 그리고 투입자재를 가능한 한 자급하는 것이다. 화학비료, 유기비료, 가축 퇴비 등의 공급이 끊어진 때에도 농지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일까? 마지막 자원은 자연의 낙엽이나 벌판에 자라는 풀 등 등일 것이다. 작물잔사의 투입이나 풋거름 재배가 유기물 보급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농업체계는 구미에서 저투입 지속가능농업(LISA: Low Input and Sustainable Agriculture)이라는 대안적 농업형태로 개념화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무비료 재배이다. 무비료 재배는 대자연의 섭리를 존중하여 흙 본래의 기능, 작물 본래의 생장력을 살려 농산물을 생산하므로 화학비료, 농약은 물론 유기비료 등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도 생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