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어디까지 나눠야 하나?

예농 2011. 11. 23. 17:44

 

 

지난 주에는 김장하고 남은 몇 포기의 배추를

정기적으로 찾아 오는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다.

마침 갓이나 무우가 충분하여 두 가정이 나눠 가져가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배추가 문제였다.

고등학교 동기생 가정은 이미 절임 배추를 사서 김장을 마쳤고

그 친구를 따라 오는 다른 한 가정은 아들네 먹을 김장 정도만 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집 남은 배추를 한 가정만 몽땅 가져가는 셈이 되었다.

아마 우리 밭 배추가 얼마 쯤 남을 것으로 예상을 했던 모양이다.

다른 배추와 차이가 나니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배추를 심을 때 우리집에 자주 오는 두 가정의 김장꺼리도 염두에 뒀었다.

그런데 세 번씩이나 결주를 메워야 할 처지가 되어 결국 부족 분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친구한테 양해를 구했었고 따라서 따로 배추를 구하게 했었다.

 

문제는 다른 한 쪽 가정이 끝까지 기다리다 나머지 배추를 다 가져가게 되니 난처해졌다.

형평에 어긋나기도 하고 정작 내 친구가 푸대접을 받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렇다고 한 이랑은 족히 더 배추를 재배하는 것도 어렵다.

친구들은 잘 모르니 뭐가 그리 어렵냐고 묻지만

무농약으로 배추를 기르려면 훨씬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랑 하나 만드는데 퇴비를 포함하여

각종 친환경 비료를 넣고 농기구로 여러번 다듬는다.

검정 비닐로 멀칭하고 고랑은 부직포로 덮는다.

배추 모종을 정식할 때 자칫하면 두 세번 결주를 보충해야 한다.

땅 속의 해충이 갉아 먹기 때문이다.

토양 살충제를 뿌리지 않으니 그렇다.

그리고 활대를 꼽고 한냉사를 덮는 일도 만만치 않다.

매주 한 번씩 액비를 물뿌리개로 날라 고루 뿌려 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말로 설명해야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는 길에 조금 더 심으면 친구들의 김장꺼리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할 수만 있으면 그들에게도 충분하게 배추를 나눠 주고는 싶다.

아마 관행농법으로 한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그러나 내 방식대로 하려면 그리 쉽게 약속하기가 어렵다.

 

하는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재배를 하고 남으면 나누려고 했다.

그렇지만 막상 나눌 때가 되니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은 것이다.

정말 어디까지 나눔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누구를 위해 농사를 짓고 있는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