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대문 대신
외부 차량의 무단 침입을 경고하는
막대기 위에도 하얀 눈이 쌓였습니다.
농로로 돌아 대문 앞으로 와서
아무 족적도 없는
눈 길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 오며
키다리 은행나무를 비껴 선
집의 모습도 찍었습니다.
파랗던 지붕까지도 하얗습니다.
어제 배달된 우편물의 겉봉에는
<하얀집>이라고 연필로 적혀있더군요.
새로 바뀐 집배원이 자기만이 알기 쉬운
암호를 적어 놓은 것이지요.
눈이 오기 전에 배달되었으니 망정이지
눈이 온 다음이라면
어느 집으로 우편물이 갔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지나온 눈길 위에
또 다른 발자욱이 보입니다.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입니다.
눈이 쌓인 뒤에
고라니도 신이 나서
뛰어 다닌 모양입니다.
개가 모두 떠난 후에는
고라니와 앞 집 고양이가 대신
우리집 마당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엉을 얹은
지하수 펌프관 위에도
작은 초가 집인양
눈이 지붕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측면에서 본 집의 모습입니다.
연못과 커다란 쥐엄나무,
그 밑에 있는 평상은
여름에만 운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얀 눈이 쌓인
겨울에도 보기가 좋습니다.
주렁주렁 달렸던
수세미와 조롱박, 여주나 단호박은
이제 앙상한 줄기 만 남았습니다.
하우스 안에는
새로 만든 딸기 밭 뿐입니다.
멀리서 바라 본 하얀 집 지붕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 가고 있습니다.
친구가 온다는 연락이 와서
황토방에 군불을 때고 있는 거지요.
차제에 호박과 고구마 등으로 물엿을 만들어
내년에 자연 농자재로 쓸 작정입니다.
온돌 방이 여분으로 있으니
참 요긴하게 쓰입니다.
전원생활에서
꼭 있어야 할 것들이지요.
사진 찍은 다음 내가 할 일은
하우스에서 짚으로
새끼줄을 꼬는 작업입니다.
메주를 쑤었으니
짚으로 싸고
새끼줄로 묶어줄 요량입니다.
눈이 쌓였다고
농땡이를 부릴 처지가 아니지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괜히 나 혼자
오늘도 쉴 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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