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눈이 쌓인 날의 하루

예농 2007. 12. 7. 15:03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대문 대신

외부 차량의 무단 침입을 경고하는

막대기 위에도 하얀 눈이 쌓였습니다.

 

농로로 돌아 대문 앞으로 와서 

아무 족적도 없는

눈 길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 오며

키다리 은행나무를 비껴 선

집의 모습도 찍었습니다.

 

파랗던 지붕까지도 하얗습니다.

 

어제 배달된 우편물의 겉봉에는

<하얀집>이라고 연필로 적혀있더군요.

새로 바뀐 집배원이 자기만이 알기 쉬운

암호를 적어 놓은 것이지요.

 

눈이 오기 전에 배달되었으니 망정이지

눈이 온 다음이라면

어느 집으로 우편물이 갔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지나온 눈길 위에

또 다른 발자욱이 보입니다.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입니다.

 

눈이 쌓인 뒤에

고라니도 신이 나서

뛰어 다닌 모양입니다.

 

개가 모두 떠난 후에는

고라니와 앞 집 고양이가 대신

우리집 마당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엉을 얹은

지하수 펌프관 위에도

작은 초가 집인양

눈이 지붕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측면에서 본 집의 모습입니다.

연못과 커다란 쥐엄나무,

그 밑에 있는 평상은

여름에만 운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얀 눈이 쌓인

겨울에도 보기가 좋습니다.

 

 주렁주렁 달렸던

수세미와 조롱박, 여주나 단호박은

이제 앙상한 줄기 만 남았습니다.

 

하우스 안에는

새로 만든 딸기 밭 뿐입니다.

 멀리서 바라 본 하얀 집 지붕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 가고 있습니다.

 

친구가 온다는 연락이 와서

황토방에 군불을 때고 있는 거지요.

 

차제에 호박과 고구마 등으로 물엿을 만들어

내년에 자연 농자재로 쓸 작정입니다.

 

온돌 방이 여분으로 있으니

참 요긴하게 쓰입니다.

전원생활에서

꼭 있어야 할 것들이지요.

 

사진 찍은 다음 내가 할 일은

하우스에서 짚으로

새끼줄을 꼬는 작업입니다.

 

메주를 쑤었으니

짚으로 싸고

새끼줄로 묶어줄 요량입니다.

 

눈이 쌓였다고

농땡이를 부릴 처지가 아니지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괜히 나 혼자

오늘도 쉴 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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