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전원의 나날들
잔디씨를 파종하고 차광막을 쳤다가 걷어 내었더니 파릇한 잔디가 싹을 냈습니다.
보이는 전면이 너무 헤성해서 추가로 더 뿌렸는데 아직 자라지 않았군요.
잔디 파종에 자신이 생겨 연못으로 내려가는 경사지에도 파종을 했습니다.
내년 쯤이면 촘촘히 잔디가 박히리라 기대해봅니다.
헌 집을 헐고 나니 주춧돌이 나옵니다.
주춧돌을 야외 간이 의자로 대용하니 그럴듯 합니다.
내친 김에 가운데 상도 만들었습니다.
고인돌 모양으로 돌을 얹어 놓으니 제 닉네임과 어울릴 듯도 싶습니다.
나중에 주위에는 잔디를 파종하고
위에는 파고라를 지어 으름나무 등을 올릴 예정입니다.
여름에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분반공부를 하는 모습을 상정한 것입니다.
연못 방수에는 실패했습니다.
나 혼자 경비를 줄이려고 부직포를 깔고 그 위에 비닐을 사다 덮었는데
결국 방수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물을 담지 못하는 연못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나무 울타리는 헌 집에서 나온 서까래를 재활용하여
일산 호수공원 연못 흉내를 냈지요.
처음에는 삽 만으로 구덩이를 파느라고 애를 먹었는데
한전에서 전주를 세우러 오신 분들이 자귀라는 쇠꼬챙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나도 사다 시험해보니 훨씬 수월하더군요.
역시 연장이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김장 배추를 심은 결과입니다.
건축하시는 분에게 부랴부랴 포크레인으로 땅을 갈아 달라고 부탁하여
돌을 골라내고 비닐을 씌워 배추 모종을 심었는데
벌레란 녀석들이 먼저 시식을 하고 있습니다.
까만 딱정벌레 같은 녀석이 잔뜩 배추에 붙어 갉아 먹는데
이제는 파란 흰나비 유충도 나왔습니다.
때로는 메뚜기도 날아와 붙어 있고 주황색 바탕에 점이 여러개인 딱정벌레도 덤빕니다.
농약을 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웃 분들은 조언을 하지만
아침마다 안식구는 눈을 찐죽거리며 일일이 벌레를 잡고 있습니다.
저는 카페에서 배운 지식을 동원하여 은행 잎을 따다 한 잎씩 배추 밑에 넣어주기도 하고
벌레가 싫어한다는 차조기 잎도 밑에 깔아 봅니다.
빨간 고추 다듬고 난 짜투리들을 물에 불려 매운 것이 혹 효과가 있을까 싶어
잎파리에 뿌려 주기도 합니다.
얼마나 남아 날런지 알 수가 없지만 농약 한번 주지 않고 배추를 키워 보렵니다.
카페 회원이 주신 동과에서 유일하게 하나가 열렸습니다.
그나마 종자를 얻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내년에는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같은 용기가 납니다.
요녀석도 단 하나가 열렸습니다.
워낙 아무 것도 준 것이 없는데 열린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이 녀석도 내년을 위한 종자용이 될 것입니다.
이 표주박은 수확을 해서 톱으로 반을 썰어
속을 긁어내고 찐 다음 그늘에서 말렸습니다.
화롯불 같은 불에 재를 얹는다는데 황토방이 완공되면 시도해 볼 것입니다.
전원에서 하루를 보내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할 일이 줄을 잇고 있기도 하지만
모든 일이 노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고되면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일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미리 계획하지요.
채종장처럼 임시로 심어 놓은 밭에서 나무 묘목도 이식했습니다.
꽃이 지고 씨앗이 영그는 것들이 늘면서 안식구는 채종하기 바쁩니다.
잔디나 배추밭에는 종종 물을 주어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아예 두엄터를 만들어 파 묻어 둡니다.
여러 날이 지난 후에 파보면 아주 고운 흙으로 변해있습니다.
노지 딸기에서 자묘를 얻어 하우스 안에 두둑을 만들고 심어 놓았습니다.
한약재 쓰레기를 파묻어 부숙시켜 놓은 흙을 하우스 흙에 섞었지요.
과연 딸기를 하우스 안에서 키워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밭에는 상상할 수 없는 돌들로 가득합니다.
돌을 골라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돌도 자원이라는 생각으로 활용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아마 배수로 주변을 우선 돌로 재정비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배수로 주변은 풀로 뒤덮여 벌레의 서식처가 되고
예초기로도 쉽게 풀을 깎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컴퓨터 앞에 앉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전원일기를 매일 쓰려고 했던 결심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오늘은 큰 맘먹고 밀렸던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두서없는 글을 씁니다.
평생을 책상물림으로 보낸 내가 두손이 거칠어지고
하루에도 샤워를 두번 이상 하지 않을 수 없이 땀으로 범벅을 하여
몸무게가 무려 7kg이나 빠지는 중노동을 매일 치루고 있으니 허~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