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 분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집이 지어지는 모습입니다.
장마철에 집을 지으려니 비 때문에 집도 쉬엄쉬엄 짓게 됩니다.
우선 비는 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조립식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손이 많이 갑니다.
제가 현장에 가서 하는 일의 하나는
폐자재 중에서 재활용이 되는 목재의 못을 빼고
재분류하는 일입니다.
즉, 조경용으로 쓸만한 재목을 골라 별도로 쌓아두고
쓸모없는 것들은 황토방 화목으로 쓰려고 하는 것입니다.
헌집에서 나온 폐목이 여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못을 빼는 일도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구슬땀이 눈속으로 들어가서 눈이 아플 정도지요.
허리를 펴고 일어나 쉴 겸해서 꽃밭으로 갑니다.
장미잎을 벌레들이 갉아 먹어 앙상한 것을 발견하고
김빠진 맥주로 만들거나 담뱃재를 물에 녹여 만든
사제 농약을 물에 타서 뿌려줘 봅니다.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적용해 보는겁니다.
어느덧 오후 세,네시가 되면 일하시는 분들이 출출하실 듯싶어
음료수와 간식을 준비합니다.
원래 계약에는 없는 일이지만 자연히 그렇게 됩니다.
간식은 시공업체 사장님이 알아서 준비하지만
저희도 간간히 대접하고 싶더군요.
내 집을 짓고 계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이지요.
그래서 첫번째 회식을 준비할 때는 산삼주를 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두 번째 회식때는
발렌타인 20년짜리를 가져갔습니다.
모두 현직에 있을때 받은 선물입니다.
(물론 불순한 뇌물은 결코 아님.)
친구들이야 그런 술이 귀한 줄 모르지만
일하시는 분들이야 그런 술 만나기가 어디 흔한지요?
덕분에 그 분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대접한 만큼 그 분들도 내게 대접을 하더군요.
그런 때문인지 다행히 시공업체와 저는 아직 다툼이 없습니다.
서로 잘 해주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시공업체 사장님은 내 경비를 아껴주시려고 하고
같은 값이면 더 좋은 것을 찾아
많은 조사와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는 일하시는 분들이 덜 고생하도록 뒷바라지를 합니다.
예를 들면 비 오는 날 일하시기 쉽게 우의를 사다 놓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는 밀집 모를 쓰게 하였지요.
음료수도 갈증을 해소하기 쉬운 맥주와 청량 음료를 고루 사서
농막 냉장고 안에 넣어둡니다.
안주도 간식 겸용으로 할 수 있도록 소세지 같은 것도
마른 안주와 함께 넣어 두었습니다.
너무 더우면 얼음을 찾을 것같아 빙과도 넣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간식을 주문할 수 없을 때
식사 대용으로 사발면도 준비하고
항상 이용할 수 있게 브루스타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시원하게 그늘 아래에서 쉬고 먹을 수 있도록
큰 평상도 사다 놓았지요.
가평 산림조합에서 만든 것인데
시공업체 사장님이 사오시는 길에 내 것도 함께 사게 되어
운반비가 않들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필요한 것이라 미리 갖다 놓으니
일하시는 분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소매 짧은 옷을 입고 일을 했더니 팔뚝과 얼굴이 깜해졌습니다.
몸도 아프지 않은데가 없지만
그래도 눈만 뜨면 밭에 가고 싶습니다.
요즘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세월을 보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