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지난 태풍으로 윗밭에 넘어진 옆 산의 나무가 흉물스럽게 자빠져 있다.
문중 산이라 총무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혀 치워줄 의향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적당한 때에 나무를 잘라 줄 사람을 찾아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농업대학 동기생 중에 화목 보일러에 넣을 땔감을 찾는 친구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지난 농업대학 동문회 운동회 하던 날 태풍 피해가 화제가 되었던 때문에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래서 병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옛 말이 있는가 보다.
서로 필요한 궁합이 맞으니 윈윈이 된 것이다.
오전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꽤 시간이 흘렀다.
하는 수 없이 없는 반찬이지만 우리집에서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일을 끝냈다.
자른 나무 토막이 작은 트럭으로 족히 한 차가 넘게 되자 또 한 번 들르겠다고 했다.
빈 차로 윗밭에 오르는 김에 마침 퇴비 푸대도 20개 정도 싣고 올라갔다.
내가 하려면 손수레로 여러 차례 오르내려야 할 일이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 셈이다.
대신에 나도 나무 토막을 상차하는 일에 동참했다.
몸살이 나겠다고 말렸지만 나무 치우는 일이 어찌 남의 일이기만 할까?
내 일이기도 하고 오히려 내가 감사할 일이 아니던가?
무거운 통나무를 들어 올리는 작업이 쉬울리는 없다.
화목 보일러가 경제적이기는 하지만 대신에 고된 노역을 감수해야 한다.
태풍에 나무가 넘어지는 바람에 내게는 큰 걱정꺼리가 생겼지만 넘어진 나무 덕분에
그 친구는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세상사 따지고 보면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
어쨋든 앓던 이 빠진 것처럼 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작업을 마쳤다.
물론 아직도 뒷처리할 일이 남아 있고 눌려 있던 오가피 나무들도 손 봐야 할 처지다.
그러나 쓰러진 나무들을 처리하는 일이 해결되었으니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