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을 거두고 마늘밭을 만들다.
옥수수와 혼작했던 팥이 이제는 거둘 때가 왔다.
뒤늦게 마른 옥수수대를 휘감고 자랐던 팥잎이 노랗게 탈색되기 사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좀 더 노지에 세워 놓아도 되지만 후작으로 마늘을 파종하기 위해 작업을 서둘렀다.
팥은 고라니 피해를 막기만 하면 결실이 풍성하다.
콩은 노린재까지 달라들어 빈 깍지가 적지 않지만 왠지 팥에게는 노린재가 깎지를 흡즙한 흔적이
별로 없어 보였었다.
따라서 고라니 피해는 망울타리로 충분히 막을 수 있으므로 노린재 때문에 농약을 칠 필요는 없었다.
덕분에 팥은 농약없이 무사히 결실기를 맞게 된 것이다.
특히 팥은 옥수수대를 지주로 삼아 감아 올라갈 수 있어서 도복될 우려도 없다.
즉 콩처럼 순지르기를 해서 키를 낮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 만큼 재배과정에서 일손을 덜어 준다.
특히 이번 팥 재배에는 옥수수와의 혼작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옥수수와 혼작했던 팥은 역시 초기에는 생장이 부진했었다.
옥수수와의 영양쟁탈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그러나 옥수수를 수확하고 더 이상 옥수수가 영양흡수를 하지 않은 단계에 도달하게 되자
뒤늦게라도 팥의 성장이 본격화 되었다.
물론 혼작하지 않은 다른 팥과 비교해보니 약간의 수확량 차이는 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초기 영양생장에서 불리했던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옥수수와 혼작을 했으니 단위 면적당 생산성은 그리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도복된 팥은 지주를 타고 올라간 팥에 비해 고랑을 통행하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이번 마늘밭은 지난해와 달리 퇴비를 듬뿍 넣고 쇠스랑 작업을 많이 하기로 했다.
관리기로 로타리를 치면 편리하겠지만 흙속에 묻힌 돌을 골라내고 경반층을 깨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쇠스랑 작업을 하는 것이 완벽하다.
아직 파종할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매일 조금씩 쇠스랑 작업을 하다 보면 그리 힘들 일도 아니다.
이렇게 한번 씩 밭을 갈게 되면 다음 해 무경운으로도 작물을 재배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봄에만 밭을 갈게 되면 시간에 쫒기지만 가을에 마늘밭을 만들어 두면 후작으로 심을 내년 배추밭은
아주 수월하게 만들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한 번 작업으로 2년의 농삿일 하는 셈이니 괜찮은 계산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