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한 닭의 장례
금년 초만 하더라도 제법 단란한 가족을 이루었던 우리집 닭들이다.
주인 잘못으로 재작년에 입양된 녀석들이 대부분 쪽제비에게 희생되고
장닭 한 마리와 암닭 두 마리가 남았었다.
그래서 작년 봄에 다시 시장에서 병아리들을 몇 마리 입양했더니
이번에는 영문 모르는 병으로 입양하자마자 집단 폐사를 하고 겨우 두 마리만 살아 남았다.
그러다 보니 금년 봄에 까지 살아 남은 녀석들이 바로 위 사진의 도합 다섯 마리가 되었다.
비록 1년의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다 큰 암닭들은 장닭을 가장으로 삼고 나름대로 오봇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장닭이 하룻 밤 사이에 죽어 있었다.
닭장에 쪽제비가 침입한 흔적도 없었고 저희들끼리 싸운다고 장닭이 죽을리도 없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사인에 전전긍긍했지만 자실을 한것은 분명코 아니니 자연사라고 믿기로 했다.
다음은 이 닭의 장례를 어떻게 치루느냐가 고민이었다.
죽은 닭을 요리해 먹기도 꺼림찍 했다.
사실 그 동안 폐계가 될 때 까지 그냥 둔 것은 닭 목아지를 비틀기가 두려운 때문이었다.
계란을 얻었으니 녀석들의 임무는 충분히 충족된 셈이었다.
이제 자연사 한 닭을 자연으로 돌려 보낼 차례가 온 것이다.
나는 땅에 묻어봐야 어떤 녀석들이 다시 파헤칠 것을 알기 때문에 저녁 무렵 뒷산에 버리기로 했다.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 법칙이라 생각한 것이다.
동물의 세계는 약한 동물을 먹이로 육식 동물이 살아가는 먹이 사슬이 존재하지 않던가?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또 한 마리의 암닭이 같은 현상으로 죽었다.
역시 자연사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재작년에 입양했던 나머지 한 마리의 운명도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건강하게 알도 잘 낳는 녀석이 금방 자연사 하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닭장 문을 열고 보니 녀석이 역시 죽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어제도 금년에 입양한 어린 닭들에게 사나운 어른 행세를 하며 사료통을 독점하던 녀석이었다.
아무 외상도 없이 밤새 소리없이 세상을 떠난 우리집 닭들을 보며 자연의 섭리를 새삼 깨닫는다.
아무리 아옹다옹하며 살다가도 죽음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결국 재작년에 입양한 녀석들은 모두 떠나고 이제는 작년에 입양해서 살아 남은 암닭 두 마리와
금년에 새로 입양한 녀석들 여섯 마리만 남았다.
닭의 자연 수명이 5년은 간다는데 우리집 녀석들은 만 2년 반 정도를 살고 간 셈이다.
대개는 자연 수명 이전에 인간에게 잡아 먹히지만 계란만 얻고 폐계 직전 까지 살린 덕분에
닭의 자연사를 목도하게 된 것이다.
오늘도 역시 오후 늦게 뒷산에 올라 닭의 장례를 치뤄 주며 녀석과의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 그간 좋은 계란을 낳아 주어 고마웠다.
편히 자연의 품에 안기거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