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오스도 결국 재배키로 하다.
인디언 감자라는 아피오스 종근을 처음 심었던 때는 재작년이다.
둥근마와 함께 지인이 선물로 준 것들이다.
조금만 심어 맛을 보겠다고 시도했는데 망을 쳐주어야 하는 번거러움을 핑게로
고민 끝에 더 이상 재배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텔레비 프로에서 남미 브라질 아마존 유역의 인디오들의 생활을 소개하면서
<달래달래>라는 이름으로 아피오스가 등장하는 것을 보았다.
같은지 다른 것인지는 얼핏 봐서 알 수 없지만 어쨋든 호기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어차피 재배를 포기했으니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우리 밭에 아피오스가 다시 등장했다.
아피오스를 재배했던 자리에 새우형 초석잠을 심었는데
미쳐 수확하지 못했던 종근에서 다시 싹이 났던 것이다.
지주도 없이 초석잠 줄기를 타고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은 녀석들이다.
겨울을 지나고 요즘에야 초석잠을 캐고 있는데 아피오스도 제법 달려 나왔다.
안식구는 너무 안쓰럽다고 이제는 정식으로 재배 목록에 끼워 주잔다.
아직 숙성이 되지 않아 단맛이 덜하지만 쪄먹어 보니 포기하기가 아까웠다.
아피오스는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이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에도 좋은 기능성 웰빙 식품이다.
맛도 좋아 식구들이 즐겨 먹을 수 있다.
정식 종목이 되었으니 퇴비를 충분히 넣고 밭을 만들어 파종 준비를 마쳤다.
파종 후에는 지주를 세워 이번에는 정중한 대접을 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섭섭하게 대했어도 녀석들이 우리 밭에 살아 남으려고 기를 쓴 것이 대견해서다.
동네 아랫 집 남편이 뇌졸중 후유증을 겪고 있는지라 초석잠 종근을 주었었다.
지난 일년 내내 지상부의 잎을 따서 차로 우려 마시고
금년에 뿌리를 캤는데 형편이 없단다.
부부를 불러 우리 밭에서 필요한 만큼 캐가라고 했더니 부리나케 올라왔다.
그들도 초석잠 수확을 하다가 아피오스를 발견하고 묻는다.
역시 기능성 식품이라고 하니 자기들도 조금 심어 보고 싶단다.
버르대기 대접을 받던 아피오스가 갑자기 시집까지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