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서 보내는 추석
시골에 내려온 이후 추석을 보내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수확기 중에 명절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챙겨줄 만한 것들이 꽤 많다.
안식구는 미리 자식들에게 나눠줄 것들을 준비한다.
그리고 손주 녀석들과 함께 수확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한다.
사실 막상 자식들이 집에 와도 얼굴 마주 보고 오랜 시간을 보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평소에도 종종 찾아 오니 명절날이라고 특별히 할 말이 많은 것도 아니다.
더구나 제사 부담도 없다.
우리 집안 모두가 기독교 식의 추도예배를 상례화한지 오래다.
그러니 며느리들이 힘든 일을 해야 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추석 전날 각자 자기 집에서 준비할 것들을 분담하여 모이기로 했다.
훨씬 간편하여 모두 좋다고 한다.
그래도 추석 다음날 오전까지는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돌아가신 선친의 기일이 바로 추석 다음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간에 아들 가족들은 한탄강 유원지에도 손주들을 데리고 바람을 쐬려 나갔다 온다.
그래도 하루 중 시간을 신나고 유용하게 보낼 이벤트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은 전 가족이 나서서 수확의 기쁨을 함께 하기로 했다.
손주 녀석들도 직접 따거나 어른들이 수확한 것을 그릇에 담는 일손을 거들게 하는것이다.
아삭이 고추와 늦게 매달린 오이, 애호박, 강낭콩, 토마토, 가지 등을 따는데 손주들이 신이 났다.
서로 경쟁도 하고 밭에서 익은 싱싱한 토마토를 그 자리에서 먹으며 너무 맛있단다.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 이마에 부딛혀 깨어 먹는 것을 어디서 보았는지 흉내를 낸다.
식구들이 수확한 것들을 각자 나누면서 친정댁에 들를 때 선물용도 따로 챙겼다.
아마 자랑꺼리가 될 모양이다.
안식구는 자식들 먹일 효소액과 각종 약찻잎, 오이와 열무 김치 등을 미리 포장했다.
돌아가는 자식들의 차량 트렁크가 미어 터진다.
가득찬 트렁크 만큼 우리의 기쁨도 비례하는 것이다.
전원생활이 아니었다면 맛볼 수 없는 행복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