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농사 결산
올해도 어김없이 벌레먹은 고추는 빗물에 무르고
고온 다습한 일기는 고추가 익기도 전에 탄저병을 열매 마다 끼얹어 버렸다.
중반 까지는 기세좋게 작황이 좋을 듯했기에 상당한 기대를 했으나
역시 자연의 조화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그나마 하우스와 간이 비가림시설에 보험드는 기분으로 분산하여 심었던 덕분에
탄저병 피해가 없는 부분이 있어 우리집 김장에 쓸 분량은 확보했다.
그러나 예년보다도 못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보니 허탈하다.
그래도 고춧잎과 새로 나오는 고추는 싱싱하여
지난 주에는 친구들 부부가 들러 청고추와 고춧잎을 한아름씩 거두어 갔다.
그래서 농약없이 농사를 짓다보면 애를 먹지만 수확할 때 받는 보상은 크다.
금년 고추농사의 결산 성적은 몇 점이나 될까?
나의 최종 목표치에 비하면 20점이다.
한 그루에서 건고추 반근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300주 고추를 심어 건고추 30근 정도를 거두었으니 이론적 척도로 보면
최대 수확 가능한 수량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도 작년에는 56근을 땄는데 작년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매년 나아져야 할 성적이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나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금년은 내용적으로 알찬 실험 결과를 얻었다.
내년에 개선할 사항들이다.
첫째는 간이 비가림 시설에 대한 가능성이다.
소규모지만 금년의 간이 비가림 시설은 시사점이 컸다.
직접 비를 맞지 않은 부분은 전혀 탄저증세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최대한 간이 비가림 시설을 할 계획이다.
둘째는 시비요령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밭이랑을 만들 때 퇴비와 석회를 충분히 넣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추비는 고추 나무 사이에 넣고 엽면 시비는 비온 후 칼슘제 위주로 한다.
셋째는 이랑을 띄어 고추를 식재하는 것이다.
고추 이랑과 이랑 사이에 다른 키 작은 작물을 심어 통퐁을 좋게 한다.
내년에는 고추 이랑 사이에 양파나 마늘을 심기로 했다.
고추 묘 간의 식재 간격은 50cm가 적당했다.
끝으로 담배나방을 잡는 부비트랩이나 매실효소를 엽면살포하는 것은 지속하되
금년에 새로 준비한 영양제 겸 해충기피제도 실험해볼 요량이다.
어쨋든 경제성과 편이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농법을 찾는 것이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