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돔부의 위력
예농
2010. 9. 4. 13:52
돔부콩 넝쿨이 은행나무를 타고 올라가 짓누르는 바람에
나무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컵 엎어 놓은 것처럼 휘어졌다.
그 옆의 나무는 아예 돔부넝쿨이 나무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은행나무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 다음 나무는 돔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 있다.
세 그루의 나무가 제 각기 억눌린 모습으로 줄지어 있으니
보기가 너무 딱하다.
나무 사이에 줄을 매고 오이망을 친 다음 돔부를 심었었다.
그런데 녀석들이 망으로 만족하지 않고 나무를 기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설마 이런 지경이 되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바쁜 틈에 자세히 쳐다 보지도 못한 탓이지만
어느 사이에 이렇게 되었는지 나무에게 너무 미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질곡의 굴레를 벗겨 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밑둥에 붙어 있는 뿌리 부분을 낫으로 쳐내고 엉킨 줄기를 잘라 풀어 주는데
여간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잔머리를 굴려 유휴지를 이용하려던 꾀에 내가 당한 셈이다.
땅이 좁지도 않은데 나무 곁에 돔부를 심은것이 화근이다.
아직 수확시기도 아닌데 굳이 돔부를 쳐 낸 것은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돔부가 이렇게 막강한 위력을 과시할 줄을 몰랐다.
앞으로 나무 근처에서는 덩쿨 작물을 심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