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참깨 베기
작년 6월 말에 찍어 두었던 참깨 밭이다.
작년에는 아랫밭에 참깨를 심고
사방을 줄로 에워쌌기 때문에 고라니의 행패나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자랐었다.
더구나 고랑은 부직포를 깔아서 수확기에 임박하여 끝순을 잘라주는 작업도 수월했다.
그런데 금년에는 윤작을 피하려 윗밭을 활용한다고 이사를 했더니
모든 작업이 불편하고 그 여파는 수확량 감소로 나타났다.
우선 윗밭은 경사지가 되어 관리기를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동네 트랙터를 불러 갈았고
결국 구식 농기구로 마무리를 하다보니 오히려 노동은 배가 되었다.
고랑에 부직포도 깔지 못했고 둘레에 줄도 치지 않았다.
어쩌면 자연의 힘으로 살아 보라고 냅둬농법을 한 셈이다.
고랑의 풀이 참깨 도복을 막는 역활을 기대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바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경사지 밭의 참깨는 적지않게 자빠져 있었다.
다행히도 흑임자를 심은 밭은 바람이 적은 곳이라 모두가 안전했다.
문제는 베는 시기를 놓친 탓에 유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끝 순 따는 작업을 생략했더니 결국 참깨 베는 시기를 지나치고 말았다.
끝 순을 따 주는 일은 꼬투리가 고루 익게 하기 위한 작업이지만
자연히 베어내는 시기를 가늠하고 준비하는 전단계이기도 하다.
허기야 마음만 급했지 8월 중순 내내 비가 오다보니 차일피일 미룬 결과이다.
어제는 안식구와 둘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간간히 빗줄기가 비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참깨를 베어 묶고 세우는 작업을 마쳤다.
비닐이 부족하여 일부 씌우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오늘 비에 큰 손실은 없을 듯싶다.
이래저래 참깨에게 미안한 주인이 되었다.
내년에는 다시 아랫밭에서 참깨를 재배하고
금년에 미흡했던 성의를 다 해줘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