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하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년에는 여러가지 토마토를 심어 보았다.
네팔이나 티벳 토마토라고 카페에서 나눔 받은 것과
빨강 뿐만 아니리 검정,노랑,파랑 등 색깔도 고루 갖추었다.
손주 녀석들의 신나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기대를 했던가?!
그런데 막상 열린 열매를 먹어 보고 나니 기운이 빠지고 말았다.
첫째는 응달에 심어서 작황이 말씀이 아니었으니 내 실수라고 치자!
그러나 맛은 좀 달라야 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기존의 빨강 토마토나 방울 토마토는 그런대로 맛이 있는데
다른 희귀종들은 두번 다시 입에 넣기가 싫은 정도였으니.....!
그 녀석들이 내 밭에 와서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나
여하튼 기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사실 그런 사례는 비단 이번 만이 아니었다.
재작년에 나눔받은 개구리 참외 역시 그랬다.
그런데 금년에도 그 녀석 똘씨가 나와
우람한 참외를 7개나 달고 밭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나 하고 깎아 먹어 보니 역시나이다.
나눔을 받았을 때는 상전 모시듯이 대했는데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특용작물에 관심이 있다 보니 야콘에서 부터 아피오스나 명이나물,
초석잠 등을 재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중 초석잠은 가장 최근에 알려진 작물인지라 단위당 종근 값도 만만치 않다.
비싼 만큼 값어치가 있으려니 하고 심었는데 쓰러지고 자빠지고 고생이 말씀이 아니다.
내년에는 조금 만 심기로 했다.
다행이 닭은 잡종을 사서 편하다.
처음에는 관상닭 중심으로 희귀한 종자를 키워 볼 생각도 했다.
예쁜 토끼도 같이 넣어 주면 좋을 듯싶었다.
그래서 그런 카페에도 가입하고 열심히 자료도 찾아 보았다.
그런데 막상 닭들을 키우다 번식이 되다 보면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이건 내가 할 짓이 아닌 것같았다.
장날에 잡종 병아리 사다가 남는 숫닭은 적당히 키우다 복날 동네 이웃에 선물하고
대신 가을에 왕겨라도 얻으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희소하다고 호기심에 이것저것 시작했다가 실망한 후의 결론이다.
희소 가치는 물론 따로 있다.
그런 가치를 인정하는 고객에게나 소용있는 것이다.
나같이 먹어 봐서 맛이 있어야 하고 편하게 살려는 사람에게는
희귀한 것은 그저 단순한 사치에 불과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