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마지막 남은 벌통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예농 2010. 8. 23. 10:36

 

 금년 4월 4일 이사해왔던 당시의 토봉 3통이다.

초보가 분봉을 받는다고 새벽잠도 설치며 가까스로 2통을 늘렸다.

 

그런데 곧 분봉나온 통 하나가 애벌레를 물어 나르는 증상이 보이더니

오래지 않아 폐봉이 되었다.

요즘 전국을 강타한 신종 플루라는 부패병이었다.

 

그래도 밀원이 좋으면 내성도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버티는데

또 다른 분봉통에서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꽤 오래 벌들의 활동이 지속되었다.

마음 조리며 지켜 보았지만 며칠 전에 결국 폐봉되고 말았다.

 

다행히 원 벌통에서는 이상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역시 차례로 전염되고 말았다.

 

얼마전 내게 토봉을 해보라고 권했던 분이 전화가 왔다.

자기도 4통이 폐봉되었다고 한다.

 

하필이면 이런 때 토봉을 권해 너무 미안하다고 했지만

본의가 아닌 것을 탓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위로했다.

 

 원 벌통 셋 중 이제는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사진 오른 쪽에서 시작하여 빠른 속도로 진행되더니

결국은 모든 벌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특히 가운데 벌통은 13개까지 통을 달았던 강군이었다.

그런데 병에 감염되자 꿀마져 대부분 남긴 채 식구들이 집을 포기하고 떠났다.

 

카페에서는 쑥효소가 효과가 있는 듯하다고 알렸지만

나는 벌들에게 맡기기로 작정했다.

저희들이 모아온 꿀이니 저희들이 먹고 살다가 생을 마감하던지

아니면 스스로 살 곳을 찾으라는 뜻이다.

 

 마지막 남은 벌통도 벌들의 활동이 예전과 다르다.

이미 애벌레를 물어 나른지 2주 정도 되었다.

그래도 워낙 강군이라 버티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이 벌통도 그냥 날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정나미가 떨어진 때문이다.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나름의 정도 들었다.

원인 모를 질병과 싸우는 벌의 몸부림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마지막 벌통 마져 사라지면 아마 한동안은 벌을 키우고 싶지 않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