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고라니 퇴치법
새에게 쪼이고 고라니에 뜯긴 서리태 밭이다.
드문 드문 빈 구멍이 있고 고라니에 뜯긴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아
잎이 없는 몽당 연필 같이 줄기만 남은 것들도 있다.
역시 두줄 심기를 한 서리태 밭인데
주변을 고추줄로 둘러쳤지만 고라니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아직 순지르기 하기에는 너무 이른 때인데도
고라니 녀석은 부지런하게도 여린 콩순을 밑둥에서 부터 잘라 먹었다.
다행히 밑둥에서도 새 가지가 뻗어 잎을 내고 있다.
그래서 며칠 후에 파종한 메주콩은 아예 한냉사를 씌웠다.
조류 피해나 고라니 모두 방어하기 위해서다.
관행적으로 세 알을 한 구멍에 넣었더니 이제는 거꾸로 솎아 주어야 한다.
다음 주초에 비가 온다니 솎은 콩 모종을 빈터에 옮겨 심기로 하였다.
활대가 모자라 그냥 심으면서 밭 입구 쪽 부터 드문 드문 프라스틱 상자를 씌워 놓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고라니 녀석이 얼씬을 않는다.
다른 서리태 밭에는 다녀 간 흔적이 있는데 가까이 있는 메주콩 밭은 멀쩡한 것이다.
프라스틱 상자를 덮었던 곳은 콩이 너무 웃자라 상자를 벗겨야 했으나
아주 치우지를 않고 통로 중간에 그냥 두었다.
또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라니는 이곳을 넘보지 않는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추측건대 노란 프라스틱 상자를 덧이나 다른 위험 장치로 여기는가 싶다.
안식구가 우연히 해본 하찮은 방법이 어쩌면 고라니 퇴치의 비법이 되지는 않았을까?!
꿩 잡는게 매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번에는 서리태 밭에도
고라니 녀석이 드나들 만한 길목에 역시 프라스틱 상자를 엎어 놓았다.
그리고 나서 아직 녀석이 드나든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역시 통한 모양이다.
정말 효과가 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