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겨울 내내 한 일

예농 2009. 2. 28. 20:29

 

 돌탑과 잔디 밭을 에워쌓듯 돌담을 만들고 그 위에 용마름을 얹었다.

처음에는 돌담 겸 돌의자 용도로 생각했는데

무화과 나무둘레에 볏단과 이엉, 용마름으로 모양을 내어 겨울을 보내고 며칠 전에 벗겨 낸 다음

용마름을 재활용하고 싶어 돌담 위에 얹어 보았다.

그리고 내친김에 두개를 더 엮어 마져 돌담 위에 용마름을 얹게 된 것이다.

 

이엉은 잡초를 예방하기 위해 유실수 주변에 목도리를 두르는데 쓰고

밭에 볏짚을 두툼하게 덮어 주었다.

5월 초 모종을 정식할 때까지 땅을 보습하면서 미생물 활동을 촉진시킬 요량이다.

 

 우리 밭 전면에 있는 경사지에는 백일홍과 천인국을 심어 보았는데

잡초 때문에 꽃들이 고르게 분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아예 꽃 모종을 내어 심기로 하고 이엉으로 경사지를 덮어 버렸다.

 

그리고 틈새로 잡초가 나올 수 있으므로 잘게 자른 볏짚을 보충하려고 한다.

돌 화분이나 배수로 옆 돌담은 보수하거나 새로 쌓았다.

 

 특히 직각으로 돌담을 쌓는 것이 잡초 발생을 줄이리라 예상된다.

돌 밑에는 폐비닐을 넓게 펼쳐 깔았으니 돌 틈으로 잡초가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정문에서 집까지의 가로숫 길도 볏짚과 이엉으로 잡초를 막고

길 옆에만 흙길을 두어 양 쪽으로 코스모스가 부각되도록 만들었다.

코스모스 사이에 나는 잡초 정도는 조기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퍼 썼는데도 아직 산처럼 자른 볏짚이 쌓여 있다.

작은 밭들은 비닐 대신 볏짚으로 멀칭을 하려고 한다.

이엉이나 용마름을 엮다 보면 자투리 볏짚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쌓일 것이다.

 

 이엉도 예비부대가 대기하고 있다.

감자나 고추 등의 이랑에도 부분적으로 이엉 멀칭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엉엮기는 추운 겨울에도 하우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겨우내 무료한 줄 몰랐다.

 

 펫트병에 담겨있는 것은 천연 요소비료이다.

이것도 겨우내 모으면 제법 거름 구실을 한다.

다른 액비를 줄 때 같이 섞어서 관수하면 별도로 요소비료를 주지 않아도 될 듯싶다.

(믿거나 말거나 혼자만의 자위 수단이다)

 

 이엉을 엮다 보면 생기는 부산물이다.

볏단에 남아 있는 이삭 때문에 들쥐들이 모여들고 볏짚을 뚫어 놓으니 자투리가 많아진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삭을 떼어 놓았더니 제법 모였다.

이왕 나락이 생겼으니 밭벼 종자로 써볼까 한다.

밑져야 본전이니 또 시험해 봐야지!

 

겨울 내내 추운 날이면 하우스에서 볏짚과 씨름을 하고

기온이 올라가면 배수로 옆 돌담을 쌓는데 시간을 보냈다.

콩깍지 옮기는 일이나 연탄재를 날라다 고랑에 나란히 까는 일도 며칠씩 일거리가 되었다.

남의 밭에 있는 깻대를 옮겨 우리 밭에서 태우는 것도 재를 얻기 위한 일거리이다.

볏단을 가져오는 일도 여간 시간을 써야 한다.

초보지만 과감하게 나무들의 전지도 해치웠다.

 

시골에 오면 여유있는 전원생활을 즐길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바쁘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일벌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