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부자가 되었네
밭에 콩깍지가 가득히 쌓인 모습이다.
밭을 다 채우고도 남아 매실나무 사이에도 쌓아놓고
그래도 남는 것들은 비닐 푸대에 담아 놓았다.
콩을 털고 남은 콩깍지들은 밭의 환경을 아주 좋게 만든다고 한다.
콩깍지 자체가 썩어 거름이 될 뿐 아니라
거친 유기물이 땅내의 통기나 배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토란처럼 땅속 열매 식물은 다수확의 비결이 콩깍지라고 하지 않던가?
며칠 전 밭에 나가 일하는 중에 아랫밭 주인이 아는체를 하며
자기네 콩깍지를 갖다 쓰라는 반가운 제의를 받았었다.
아랫 밭은 작년에 콩을 심어 밭 여러 군데에 콩깍지들이 쌓여 있어서
내심 부러웠던 참이었다.
말 떨어지기가 바쁘게 안식구와 매일 콩깍지와의 전쟁을 시작하였다.
무더기 하나 하나가 없어지는 것을 보면 진지 하나 하나를 정복하는 기분이었다.
예의 작은 손수레가 이동 수단이었다.
푸대에 콩깍지를 가득 담아 손수레로 두 푸대씩 날랐다.
결국 나흘 만에 임무를 완수한 셈이다.
이제는 퇴비와 함께 흙에 섞어 넣는 작업이 남았다.
작물을 키우기 전에 흙부터 최적의 상태를 만들려고 하니 할 일도 많다.
지금까지는 돌들을 꺼내느라고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콩깍지처럼 거친 유기물을 흙에 넣느라 바쁘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만 농사를 짓다보면
단기간에 흙으로 부터 빼먹기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런 농사가 편하기는 하다.
그러나 비록 힘들어도 땅을 살리면서 농사를 지어야 좋은 결실을 얻지 않을까 싶다.
콩깍지를 온 밭에 고루 넣어주고 나니 부자된 기분이다.
무엇이든 밭에 그득히 쌓이니 포만감이 가득하다.
육신은 고되도 마음이 풍요로우니 즐겁다.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것같다.
아마 이런 기분에 힘든 농사를 짓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