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야콘이 은혜를 갚아주다니

예농 2009. 1. 21. 20:19

 

 

 

 

 작년에 수확한 야콘이 요즘 제법 맛이 들었다.

2개월을 숙성시키면 당도가 15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맛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도 변비에 효과가 있어 주변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당뇨 환자에게는 더욱 요긴하게 쓰인다.

그래서 선물용으로 손색이 없다.

 

더구나 행세깨나 하는 집을 방문하려면 어지간한 선물은 눈에 차지도 않는데

야콘은 설명하기에 따라 아주 무난하게 들이밀 수가 있다.

 

얼마전 처숙모 문병 때에도 역시 야콘이 우리 체면을 세워준 적이 있었다.

처숙모님이야 이미 고령으로 노환이 드셨으니 비싼 선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백화점에서 고급 과일이나 사드리면 되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안식구는 우리가 재배한 야콘을 가져가잔다.

그래서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야콘 한박스를 들고 갔었다.

물론 당뇨에 좋고 변비 개선에도 도움이 되어서 가져왔노라고 말씀도 드렸다.

 

그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처숙모님댁에서 또 연락이 온 것이다.

야콘을 더 구할 수 없느냐는 말씀이었다.

사보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없었단다.

 

"에구, 사시다니요?

말씀만 하시면 즉시 대령입니다."

 

어제는 제반사하고 우리 내외가 득달같이 처숙모님 댁을 방문했다.

처숙모님 말씀을 들으니 더욱 기분이 띵호와다.

다른 것은 쉽게 질리는데 야콘은 속이 아주 편하고 질리지가 않다고 하시는 것이다.

 

간만에 마음이 가볍고 상쾌하였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빚진 자가 원금의 이자 만이라도 갚은 기분이었다.

 

사실 그 분의 은혜를 어찌 야콘으로 갚을 수 있으리요.

달리 갚을 수 없었던 우리 처지에서 그나마 그 분이 원하시는 것을 드릴 수 있으니 감사한 것이다.

 

처남과 안식구는 숙부 내외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대학을 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와 안식구의 인연도 없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 은혜를 항상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는 안식구 처지를 생각하면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무엇으로 은혜를 갚을 수가 있겠는가?

그 분들이야 말로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혜는 당사자에게 갚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게 되는 것이 자연법칙이라고 여겼다.

그래도 그 분들을 뵈면 늘 송구하고 미안했는데 뜻하지 않게 야콘이 한가락 해줄 줄이야!

그래서 버르대기가 효자 노릇한다는 말도 있는가 보다.

 

우리집에 야콘이 남아 있는 한 처숙모님께 갖다 드리자고 다짐하면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리 가벼울 수가 없었다.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