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전원 일기

내 고추 한근은 2만원

예농 2008. 9. 18. 20:48

 

 

오늘은 1차 건조시킨 고추를 방앗간으로 가져갔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는 동안

서로 고추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런데 주로 홍고추를 사서 말려 가져왔다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가 농사를 지으려니 탄저병 때문에 실패를 하기 때문이란다.

 

사는 것도 여러 방법이었다.

동네에서 사기도 하고 먼 아랫녘에서 보내오기도 했단다.

 

값도 천차만별이었다.

한 근에 8천원에서 1만5천원 짜리도 있다.

부르는게 값이란다.

 

비록 동네에서 사더라도 근이 인색하다고 푸념이다.

 

방앗간에서는 한근 빵구는데 6백원을 받았다.

그러니 우리가 가져간 15근은 9천원인 셈이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내 고추값은 얼마 짜리일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부르는게 값이라니 내가 근에 2만원을 치더라도

누가 시비할 사람이 없지 싶은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2만원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제초제나 농약 한번 주지 않고

오직 퇴비와 비싸게 만든 효소로만 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해충에 시달렸는지 모른다.

부비트랩을 세워도 해충들은 고추에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

온전하게 익은 고추보다 벌레 먹은 게 훨씬 많다 보니

고추를 딸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는 또 오죽 했던가?

안식구는 아깝다고 일일이 가위로 도려내는 작업을 했었다.

 

앗따, 대한민국에 우리 고추같은 고추있으면 나와 보라고...!

2만원도 아주 싸게 부른 거지, 암 그렇고 말고.

우리 자식들은 이 귀하고 비싼 고추로 담근 김장을 맛보는 복을 타고 난걸

알고나 있을까?

 

며칠 후면 또 2차로 말린 것들이 방앗간을 다녀올 것이다.

그 때는 또 얼마 짜리들이 왔는지 물어 봐야지.

최고 가격이 만약 경신되면 내 고추 값은 또 뛰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