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치운 눈이 겨우 뒷뜰에서 앞 층계 부근까지 길을 트는 데 그쳤다.
오후에는 대문 앞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쌓였다.
한 번 쓰는데만 꼬박 2~3일이 걸린다.
내 집 안의 길을 치우기만 하면 좋은데 들어오는 길에 있던 두어집이 헐리고
빈집이 되면서 온통 내 몫이 된 탓이다.
우리집으로만 통하는 전용도로가 되어버린 까닭이다.
울안의 길이 마치 일반도로처럼 길고 넓다.
그러다 보니 종종 엉뚱한 차들이 통하는 길인줄 알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길 양쪽에 앵두나무와 은행나무로 가로수를 심어 조경을 해서 멋을 부렸지만
덕분에 눈이 오면 쓸어야 할 면적이 그 만큼 넓다.
대문 앞에서 바라보니 아직도 쓸어야 할 눈길이 아득하다.
오후에는 이곳까지 눈을 쓸 계획이다.
대문 밖으로 연결된 이 길도 내가 쓸어야 한다.
대문 앞에서 부터 쓸어야 할 거리가 족히 100미터 가까이 될 듯싶다.
눈을 쓸면서 보니 고라니 녀석이 힐끔 나를 보며 산으로 올라간다.
사진을 찍어주려니 어느 새 사라지고 없다.
오늘은 혼자 내려왔다.
지난 여름 원추리를 심은 경사지에서 발견된 새끼가 틀림없어 보인다.
녀석은 제 고향이라고 자주 그 곳에 나타난다.
때로는 가족이 모두 동네 콩밭으로 모여 타작한 콩 무더기에서 먹을 것을 찾는다.
정원에 심은 소나무 묘목들이 보송보송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좀작살나무에는 작은 새들이 아직도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먹으며 겨울을 난다.
구상나무나 주목은 눈과 잘 어울리는 관상수인가 보다.
눈을 치느라 힘은 들지만 겨울에 땀을 흘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나절 눈을 치웠더니 몸에서 땀이 나고 일을 마칠 때쯤이면 땀이 식어 한기가 든다.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안식구는 집안에서 할일이 없다고 답답해 한다.
그래서 고추 간이 비가림 시설을 하기 위해 비닐에 고추줄을 매는 바느질로 소일을 했다.
3m 길이 40개를 만드는데 틈틈히 1월 한달을 보낼 수 있다.
내가 하루에 하는 일은 두 번 닭사료를 주는 것밖에 특별히 없다.
그래서 눈이 오면 힘들다는 생각보다 운동할 기회로 여기기로 했다.
땅이 넓으면 그만큼 관리하기가 힘이 든다.
길이 긴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멋진 가로수도 심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 노력도 없이 누리기만 한다면 그런 불공평도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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